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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등인의 별/읽고 ▤32

파랑 채집가 / 로이스 로이 문명의 흔적조차 모두 지워진 미래의 어느 곳에 두 음절의 소녀 키라가 산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후손들이 소규모 사회공동체를 이루어 억척같이 살아내야 하는 땅. 오로지 적자생존의 원칙만이 적용되는 그 땅에 어머니의 장례를 막 치룬, 다리 아픈 키라가 비빌 곳이 과연 있을까. 키라도 좋았지만, 가장 반짝반짝 빛난 캐릭터는 한 음절의 소년 멧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억전달자에서도 그랬고... 선대 때부터 오랜 세월 갇혀 살아온 부조리한 공동체의 틀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세상으로 떠날 용기를 낸다는 게, 실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최소한 내 자신이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을, 나란 틀을, 나는 인식조차 할 수 있을까. 2022. 6. 17.
위저드 베이커리 2009년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작가 구병모. 제목만 보고 골랐다. 조금은 어둡고 위험한 설정들을 유쾌하고 기발하게 풀어낸 빵집일 거라 생각했는데 청소년 책으로 추천하기엔 끔찍하리만치 폭력적이다. 책은 여러가지 악몽을 보여준다. 말도 안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가게 된 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마법의 빵을 주문하는 사람들이나 마법사 점장이 견디는 이해할 수 없는 (진짜) 악몽의 시간들. 그 중에서도 소아 성폭행을 둘러싼 불편한 인식과, 그것을 강조하기 위한 불필요한 묘사들이 가장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배선생의 딸 무희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은 거의 무시된다. 왜냐면 그 사건은 주인공 소년(나)의 은신을 위한 소모성 장치로 사용되었을 뿐이니까. 마법 빵집엔 치유도 힐링도 선善도 징악懲惡도 부재.. 2022. 6. 13.
The Giver (기억 전달자) The Giver 기억 전달자 - 로이스 로리 책을 몇 페이지 읽다가 예전에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와 내용은 살짝 다르게 진행됐지만 둘 다 인상 깊었다. 매우 신선함. 지극히 주관적인 별점 ⯁⯁⯁⯁⬖ 2022. 5. 26.
꽃달고 살아남기 꽃달고 살아남기 - 최영희 입양아 진아가 생모를 찾아다니는 이야기. 그런데 그냥 입양아가 아니다. 산골 깡촌에서 조부모 뻘 되는 부모님 손에 자란 업둥이다. 찾고 있는 생모는 그냥 생모도 아니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꽃년이다. 진아 역시 정신분열증의 전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내용임을 알았더라면 고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답답하지 않다. 분명 현실이 놓은 덫에 욕을 하고 싶을 만큼 무거운 내용이 가득인데 진아와 인애의 티격태격 우정도 좋고 신우와의 사랑과 우정사이의 관계도, 가장 엉뚱한 캐릭터인 물리의 의리도 좋다.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도, 생각의 여지를 주는 쉼 같은 문장도 좋았다. 결말도 좋았다. 좋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별점 ⯁⯁⯁⯁⯁ 2022. 5. 26.
올리버 색스-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그의 많은 책들이 그러하듯 다양한 지식과 통찰력이 사계절처럼 녹아들어 있다. 리뷰라기보다는... 읽었던 부분 중 인용하고 싶은 페이지를 찾으려고 최근에 다시 펼쳐보았다. 어릴 적에 아스팔트 위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달려오는 트럭에 부딪치는 사고가 난 적이 있다. 당시 트럭의 바퀴가 집채만큼 커 보이면서 매우 천천히 움직여 나는 여유롭게 트럭 아래로 몸을 납작하게 엎드렸다. 트럭이 멈춰 섰고 이름은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 늘 술에 취해있던 아랫집 아저씨가 나를 안고 울상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엄청나게 걱정스런 얼굴로 괜찮냐고 몇 번이나 묻던 빨간 볼의 아저씨. 그날 이후 그 아저씨는 더 이상 무서운 아저씨가 아니었지. 어쨌든 그때의 기억은 내게 기적도, 위험했던 사건도 아.. 2022. 2. 25.
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 스튜어트 클라크 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Search for Earth's Twin 책의 초반부는 도플러 효과와 빛의 스펙트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 후 망원경의 비약적인 발전과 맞물려 유사 지구(쌍둥이 지구)를 탐색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후반부엔 태양계 자체가 희귀한 항성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쌍둥이 지구가 아닌, 외행성으로 범위를 넓혀 탐색을 한다. 외행성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그렇게 멀리에 있는 행성의 환경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의 유무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신기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 행성을 찾는 일은 ‘도플러 효과’에 기반을 둔다. 파동을 방출하는 물체가 움직이면 빛의 파장이 변한다. 광원이 관찰자 쪽으로 움직이느냐 관찰자로부터 멀어지느냐에 따라 .. 2021. 12. 15.
김남덕 / 큰나무 큰나무/글.사진 김남덕 강원도의 커다란 나무들 이야기. 읽다가 책에 소개된 나무들을 하나 씩(한 분씩?) 만나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았다. 첫 방문은 도피안사의 느티나무. 처음 가 본 도피안사. 오랜 옛날엔 산이 절을 품고 절이 나무를 품었을 테지만, 이젠 절이 나무의 시간에 안겨있는 듯한 모습에 마음이 찡해지던. #큰나무 #김남덕 #철원_도피안사_느티나무 ▼ 2021년 4월 초의 도피안사 2021. 8. 2.
숲은 생각한다 : 숲은 생각한다 : 에두아르도 콘 지음 생각했던 것과 다소 다른 방향의 책이었지만 (자연과학 코너에 있었는데 인문학 책이다) 여러 방향으로 폭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선물받은 기분. 루나족과 숲의 유대를 통해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 기호로 촘촘하게 얽혀있음을 포괄적이고 세밀하고 밀도있게 보여준다. 그들의 생존전략과 철학으로 촘촘하게 짜여진 천이 바로 숲과의 피드백이다. 여기에서 인본주의적 세계관은 설 자리도 없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 중 인간만이 언어와 영혼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과,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행성들 중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 것, 무엇이 다를까. . . 하나가 고양이 말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해주려는 꿈을 꾸었다. 그저 냐옹 냐앙 냥냥 냐우우웅냥.. 2021. 8. 2.
나무에서 숲을 보다 나무에서 숲을 보다. 작가가 5000평 규모의 그림다이크 숲을 직접 사서 관찰한 기록을 달 별로 엮은 책. 고생물학자여서 그런지 숲에 관련된 일반적인 책보다 어딘가 세속적(?)이다. 덕분에 인간과 자연의 현실적 공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됨. . 예) 일반책 : 다람쥐를 위해 산에서 도토리를 가져오지 맙시다🌰🐿 이 책 : 욕심쟁이 청설모가 다 먹어치우기 전에 얼른 가져가야지😆 가끔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요리나 너도밤나무 술담그기, 체리 잼, 비료 팁 등을 제공해주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 덕분에 모래군의 열두달이 다시 읽고 싶어져 장바구니에 넣었다. 또 데자뷰 같다고 쉐프님이 말했는데😅 이번엔 몇 년 전에 어떤 분께 드린 걸 기억하므로...😁 The Wood for the Trees #리처드포티 .. 2021. 7. 27.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고고학 인류학 역사와 종교 경제 과학 심리학 철학 모든 분야가 책 한 권에 녹아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주제는 줄곧 사피엔스. 인류의 기억조차 닿지 않는 시대에서 천천히 걸어나온 사피엔스들의 치명적인 여정의 발자취. 사피엔스라고 하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일궈내 문명이라고 하는 거대한 숲을 가꾸었으나 가는 곳마다 멸종의 역사를 쓴 안타깝기까지 한 장편 서사시. 모든 혁명은 언어가 가져온 소통과, 공유하는 상상의 산물이다.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2016. 3. 4.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Rue des boutiques obscures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트와 헤어지는 순간부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래 전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기 롤랑(Guy Roland)이라는 이름의, 이름도 과거도 국적도 확실치 않은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면의 여행... 과자상자 속 낡은 사진 한 장은 바스라진 기억의 실마리가 되어 주인공을 과거라는 부정확하고 변형되기 쉽고 모호한 안개 속으로 이끌어간다. 자신이었을지도 모르는 한 남자와 자신의 애인이었을지도 모를 한 여자. 그러나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기억... 중심부로 접근해갈 수록 나른한 전개 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예상하고 있.. 2015. 2. 23.
올리버 색스 - 색맹의 섬 첫번째 여행 - ‘색맹의 섬’을 찾아서 어린 시절 올리버 색스는 종종 편두통으로 인한 색각 이상에 시달리곤 했다. 일시적으로 색깔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험은 그에게 두려움과 함께 평생 색깔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곧 색맹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적록색맹처럼 흔한 부분색맹이나 사고 등에 의한 후천적 색맹이 아니라 선천적인 완전 색맹,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아무런 색깔에 대한 관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만일 그런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섬이 있다면, 그러니까 “자기만 완전히 색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색맹 부모와 조부모, 색맹 이웃, 선생님까지도 색맹인 곳, 색에 대한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대신 다른 형태의 지각 능력, 다른 형태의 관찰력이 증폭돼 발달한 문화의 일원으.. 2015. 2. 23.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조나 레러 PROUST was a NEUROSCIENTIST 조나 레러JONAH LEHRER / 최애리. 안시열 옮김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는 영양 많고 맛좋은 요리 같다. 특히 예술과 과학 분야 둘 다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와인까지 준비된 저녁 만찬일지도... 8개의 독립된 이야기들, 그러니까 시인과 소설가, 요리사, 화가, 음악가들의 작품세계를 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해주니 메뉴도 풍성하다. 독립된 챕터로 이루어진 글은 깊이가 부족해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맛있다^-^ 더구나 조나 레러 Jonah LEHRER가 이 책을 쓸 당시 스물여섯이었다! 책의 내용을 챕터 별로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실은 간략하게 요약할 수가 없다. 한 권의 책에 여러 개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각각의 이.. 2014. 4. 4.
엘러건트 유니버스 - 브라이언 그린 The elegant universe - Brian Greene 초끈이론과 숨겨진 차원, 그리고 궁극의 이론을 향한 탐구 여행 superstrings, hidden dimensions, and the quest for the ultimate hteory 좋아하는 과학책. 대칭을 바탕으로 설계된 복잡한 수학적 언어를 이토록 간결하고 인상적인 일상어로 풀어놓을 수 있다니. 초끈, 혹은 M이론에 큰 진전이 있다해도 그것이 완성되기까지는 또다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볼 수 없는 것을 탐구하는 것엔 익숙하지 않으니까 이론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또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궁금증은... :: 그러니까 상대성이론이 미시적 세계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 2014. 4. 4.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더글러스 애덤스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 Douglas Adams 으흐흐흐 때때로 과학저서에서 인용하기도 하는 (모든 관점 보텍스) 은하수 히치하이커. 절대로 베개가 아닙니다. 책입니다. ㅋㅋㅋ 3권 이상의 장편소절은 잘 못 읽는 편인데 (그래서 베르나르의 개미도 책장에서 썩고 있다...ㅎ) 이 책을 계속 읽게 했던 건 '42'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시공간에서 두번째로 영리한 컴퓨터 '깊은 생각'이 삶, 우주, 그 모든 것에 대한 대답으로 내놓은 숫자 '42' 그것을 연산해내는 데에는 750만 년이나 걸렸다. 삶, 우주, 그 모든 것에 대한 해답 : 42 이 어처구니 없는 답에 대한 질문은 (질문은 삶, 우주, 모든 것이 아니었나!?) '깊은 생각'이 만든 첫번째로 위대한 슈.. 2014. 4. 4.
아인슈타인 피카소 - 아서 I.밀러 세기의 두 천재 이야기. 한 사람은 예술가로서 또 한 사람은 과학자로서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주목받았던 피카소와 아인슈타인. 같은 26세의 나이에 피카소는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창조했다. 1장(두 세계는 결국 하나)만 놓고 보면 두 천재 사이의 공통점을 조목조목 분석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같은 시대의 두 사람이 획기적인 일을 해 낸 20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유럽이라는 한 지붕 아래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둘 사이의 유사점이 부각된 것일 뿐 무리하게 두 사람을 엮으려는 시도를 한 건 아니다. 이 이야기의 공통분모 역할을 하는 것은 타고 난 시대와 환경 외에도 푸앵카레라는 세기말의 거장이 있다. 1904년 아인슈타인은 [과학과 가설 La science et l'h.. 2014. 4. 4.
[소설]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 : 존 로날드 로웰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1892∼1973) 지난달 초부터 읽기 시작해 느릿느릿 거의 한 달 만에 읽었는데, 책 읽다가 입술 부르터보기는 처음이네... 처음 1, 2권은 지루한 줄도 모르고 몰입했는데 여정이 길어질수록 마치 내가 반지 운반자라도 된 것처럼 (아니면 샘이라도...;ㅁ;) 같이 힘들어져 왕의 귀환(5, 6권)을 읽을 때 즈음 되니 정말 입술이 다 부르터버렸다. 사실 스미아골(골룸)에게 길을 안내받을 때부터(3권) 이 역겨운 배신자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이센가드의 전쟁까지 겹쳐 정말 얼마나 피곤하던지.. 마지막 왕의 귀환(5, 6권) 편은 속독을 하듯 읽어내렸다. 입술이 터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 2014. 4. 4.
폴 데이비스-시간의 패러독스 (어바웃 타임) About Time : Paul Davies 시공을 한데 엮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부터 빅뱅과 인플레이션우주에 함축된 시간과 블랙홀, 허시간, 그리고 시간역전을 일으키는 중성자와 같은 소립자들의 대칭성(혹은 대칭성 붕괴)까지... 두껍지는 않지만 온전히 '시간'에 대해 할애된 책. 제목 그대로 About Time. 시간. 시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에게 중요한 그 모든 것의 본질에는 시간이 들어 있다. - 버나드 에스파뇨 아무리 확고하게 규정한다 하더라도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구분이란 환상에 불과하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우리가 허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좀더 근본적인 것이고, 실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우주의 모습을 기술하는 데 도움을 얻으려고 고안해 낸 개념일지도 .. 2014. 4. 4.
1,2,3 그리고 무한 ONE TWO THREE... INFINITY by George Gamow 책 제목은 1,2,3 그리고 무한이지만 숫자 이야기는 초반부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허수인 복소수와, 2차원적 도형에서 3차원 공간으로, 3차원에서 다시 4차원으로 이어지는 설명들은 나중에 우주의 시간(나이), 우주의 유/무한성 등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론적으로 따라서 생각할 수는 있지만 4차원적 도형(물체)을 머릿속으로 그리기는 쉽지 않은 듯... 위상수학적으로 변형된 뒤집어진 우주 (그림/ 조지 가모프) 책의 순서는 약간 일관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시공간에서 미시세계인 원자와 핵공학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거시우주로 돌아가는데, 읽다 보면 예전 설명들이 뒷받침되어 뒷장의 이해를 돕도록 배려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 2014. 4. 4.
뒷골목 고양이 - 어니스트 톰슨 시튼 뒷골목 고양이 (원제 : Animal Heroes - Ernest Thompson Seton) 자연 앞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우스꽝스러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뒷골목 고양이 키티의 빈곤하지만 자유로운 삶이나 위니펙의 늑대처럼 한 소년을 그리워하다 자유마저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은 당당하고 아름답다. 동물들은 분명 (사람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일부이고 소중한 이웃이다. 1. 독자들에게 2. 뒷골목 고양이 3. 전서구 아녹스 4. 배들랜즈의 빌리 5. 소년과 스라소니 6. 멧토끼의 영웅 꼬마 워호스 7. 불테리어 이야기 8. 위니펙의 늑대 9. 하얀순록의 전설 10. 옮기고 나서 11.시튼 연보 2014. 4. 4.
피네간의 경야 /제임스 조이스 피네간의 경야 Finnnegans Wake /제임스 조이스 겔만(Murry Gell-Mann)이 자신이 발견한 우주의 최소단위에 쿼크라는 이름을 붙인 이래 과학자들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피네간의 경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에드윈A. 애보트의 [플랫랜드]처럼 대중을 위한 비유나 인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상한 소립자의 이름을 대신한 쿼크라는 단 하나의 단어 때문에 피네간의 경야는 끈이론의 얼굴마담처럼 되어버렸다. {피네간의 경야에는 쿼크라는 단어가 나온다! } 그래서 율리시스나 더블린 사람들보다 친근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판단은 책을 펼쳐 본 후에 하시라. 소문대로 이 책은 (쿼크 만큼이나) 난해하다. 그, 그래도... 구경이나 해보자.. ;;;; 이어위커(남편, 그?)와 그의 부.. 2014. 4. 4.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 : 로저 디킨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 - 로저 스튜어트 디킨 Roger Stuart Deakin / 박중서 역ㅣ까치글방 아끼는 책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군(郡)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 저곳의 스케치 (A Sand County Almanac and Sketches Here and There - BY ALDO LEOPOLD)의 영국 버전이랄까. 나무와 숲, 그 속에서 공생하는 작은 생물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도 로저 디킨의, 폐허를 개조한 그 오두막집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낯선 지명들과 희귀한 자생 나무들의 생소한 이름들 때문에 매끄럽게 읽히진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빠르게 읽어내려가다가는 숲으로 가는 나무들의 느린 걸음걸이가 나를 채 따라오지 못한 채 우리는 헤어졌을지도 모르니까. 자연을 .. 2013. 9. 22.
플랫랜드 FLATLAND - Edwin A. Abbott FLATLAND. 모든 것이 평평한 2차원 세상 에드윈A. 애보트 Edwin A. Abbott 지음 / 윤태일 옮김 차원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플랫랜드, 모든 것이 납작한 2차원 세상 이야기. 2차원적 방위(동서남북)는 있지만 상, 하의 개념은 없는 곳에서 그곳이 공간의 전부라 믿으며, 나아가 우주는 2차원이라 믿으며 2차원 도형들은 아무 의문 없이 살아간다. 예각의 크기는 계급의 높이와 같다. 그러니까 각이 좁을수록 신분이 낮고 불규칙하며, 원에 가까울수록 신분은 상승한다. 군인들이나 범죄자들은 뾰족하고 성직자들은 둥글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변도 늘어나 자연스럽게 계급이 올라가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바늘처럼 직선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찔리면 치명적이고 지능도 매우 낮다... 2013. 9. 21.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알렉산드르 로마노비치 루리야(Alexander Romanovich Luria; Александр Романович Лурия, 1902-1977) 원제 : The Mind of a Mnemonist : A Little Book about a Vast Memory 이 책을 읽다보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어째서 인간은 5감 중 특히 시각 위주로 발달하게 되었을까? 시각뇌가 냄새나 맛을 처리하는 영역보다 훨씬 더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그토록 강렬한 공감각을 지닌 S도 그 모든 것을 시각화시켰던 것일까? 인간의 뇌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공감각을 지니게 되었더라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되었을까? (그리고 S보다는 덜 조형적이었다면..?) 숫자나 단어, 목소리, 맛과 냄새, 음악, 혹은 눈.. 2013. 9. 21.
뷰티풀마인드-아름다운 정신-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착상이든, 수학적 착상이든, 내게 떠오를 때는 똑같은 길로 오기 때문이지. 그러니 어떤 착상이든 진지하게 따져볼 수밖에." A Beautiful Mind 실비아 네이사 Sylvia Nasar가 객관적 시각으로 살려낸 존 내쉬(John Forbes Nash Jr.)의 파란만장한 삶. 천재와 광인 사이에서 순수한 정신을 움켜쥐고 살아 온 내쉬의 삶은, 말 그대로 뷰티풀마인드-아름다운 정신-였다. 내쉬의 수학적 창조의 불길은 이미 20대 초반에 불붙었다. 1958년에 지는 내쉬 특집을 실었는데, 게임이론과 대수기하학, 비선형 이론 들에서 그가 세운 업적을 열거하며 순수수학과 응용수학 모두에 능한 신세대 젊은 수학자들 가운데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았다. 그러나 내쉬의 비극은 너무나도 빨리 .. 2013. 9. 20.
슬픈 열대 - 레비 스트로스 Tristes tropiques - Claude Lévi-Strauss 이 여름, 나는 꿈속을 걷듯 열대를 여행했다. 므바야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카두베오족, 투피 카와이브족... 등 [슬픈열대] 속 낯익은 집단들의, 그러나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느릿느릿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기웃거리는 호기심으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속한 사회와 그 구성원으로서의 편견을 버리고 거울로 비추듯 있는 그대로의 그 작은 사회 -이미 사회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던- 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물론 '진심으로' 라는 표현에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한 민족학자의 눈으로 본 열대일 것이.. 2011. 11. 7.
식물의 잃어버린 언어 / 스티븐 헤로드 뷰너 자연을 지성과 영혼이 있는 생명체로 인식했던 옛날에는 자연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Edward O. Wilson이 말한 생명사랑 biophilia -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향한 선천적인 즉, 유전적으로 이미 암호화되어 있는 정서적 친근감 - 은 바로 이런 태도의 한 모습이다. 그러나 생각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고, 지구는 죽어 있는 존재이며 다른 생명체들은 본질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라고 교육받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야생과의 정규적인 접촉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생명에 대한 사랑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생명을 사랑하고 생명과 교감하게 해주는 유전적 암호가 발현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식물의 잃어버린 언어 / 스티븐 헤로.. 2011. 11. 7.
율리시스 ;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Ulysses) 오 블룸 블룸 당신이 하룻동안 걸어간 그 거리에는 보편적인 인간들의 삶이 찍혀있었지, 발자국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사랑하고 죽는, 아니, 사랑하고 죽고 태어나고 사랑하는, 당신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야. 처음에 난 부조리를 이야기하려는 줄 알았어. 카뮈의 뫼르소처럼, 조이스의 블룸 블룸 블룸 자주 눈에 밟히는 오타마저도 조이스의 창의적인 표현기법이라 착각하고 싶을 정도로 복합적인 문장, 내용, 단어, 대화, 문장, 문장, 단어 그러나 삶은 사실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율리시스란 제목이 역설하고 있지, 블룸 블룸 우린 모두 칼립소의 섬에 갖혀있어, 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마초魔草인 몰리moly를 찾아헤매고 있지만 날개 신을 신은 헤르메스는 나타나주지 않고 블룸 블룸 당신의 몰리는.. 2011.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