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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등인의 별/읽고 ▤

올리버 색스 - 색맹의 섬

by 마루몽. 2015. 2. 23.

올리버 색스. 당신의 인품이 사랑스럽습니다. 존경합니다.



첫번째 여행 - ‘색맹의 섬’을 찾아서
어린 시절 올리버 색스는 종종 편두통으로 인한 색각 이상에 시달리곤 했다. 일시적으로 색깔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험은 그에게 두려움과 함께 평생 색깔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곧 색맹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적록색맹처럼 흔한 부분색맹이나 사고 등에 의한 후천적 색맹이 아니라 선천적인 완전 색맹,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아무런 색깔에 대한 관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만일 그런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섬이 있다면, 그러니까 “자기만 완전히 색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색맹 부모와 조부모, 색맹 이웃, 선생님까지도 색맹인 곳, 색에 대한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대신 다른 형태의 지각 능력, 다른 형태의 관찰력이 증폭돼 발달한 문화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느 날 우연히 그런 섬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올리버 색스는 안과전문의 로버트 와서먼, 색맹전문가(이자 본인이 선천적 완전 색맹이기도 한) 크누트 노르드뷔와 함께 태평양 한가운데의 조그만 섬 핀지랩으로 향한다. 그는 색맹이기에 겪어야 하는 이곳 원주민들의 아픔과 제약에 안타까워하는 한편, 그것을 보완하는 풍부한 명암과 질감의 세계의 이점에 감탄하기도 한다. 또한 파라다이스와도 같은 이국의 풍광과 동식물에 매혹되면서도 그곳이 겪은 식민 수난의 역사와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에 함께 아파하는데…….
그러나 핀지랩이 정말로 색맹의 섬, 웰스의 소설에 나올 법한 그런 섬이었을까?

온전한 의미에서 그런 곳이라면 오랜 세월에 걸쳐 나머지 세계와는 고립된 채 색맹만 모여 사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핀지랩 섬이나 만드의 핀지랩인 거주 지역은 분명히 그런 곳이 아니라 소수의 색맹 인구가 다수인 정상 색각 인구 안에 섞여 사는 사회였다.
핀지랩과 폰페이에서 만났던 색맹 주민들 간에는 (혈통적으로만이 아니라 직관적으로도, 인식상으로도) 뚜렷한 하나의 친족 관계가 있었다. 그들은 보자마자 곧바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했고 언어와 지각 능력에 공통점이 있었으며, 그것은 크누트에게까지 확장되었다. 그리고 핀지랩의 모든 사람이 색맹이 되었건 정상 색각이 되었건 간에 마스쿤(핀지랩 주민들이 색맹을 부르는 말)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마스쿤으로 태어난 이들은 색을 보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밝은 빛을 견디지 못하며 사물의 세세한 부분을 볼 수 없는 장애까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핀지랩의 아기가 눈을 찌푸리고 빛을 보면 고개를 돌리기 시작할 때면 적어도 그 아기가 지각하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그 아기에게 특별히 필요한 환경, 그 아기의 특별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사회 전체가 이해하며, 심지어는 그것을 설명하는 신화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핀지랩은 하나의 색맹의 섬이다.

다른 곳에서 색맹으로 태어나는 사람들은 거의 어김없이 철저히 고립되거나 오해받으며 살아가지만, 여기 핀지랩에서는 마스쿤으로 태어난 그 누구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다.


두번째 여행 - 괌, 리티코-보딕 그리고 소철
어느 날 올리버 색스는 괌의 백인 의사 존 스틸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괌의 풍토병인 ‘리티코-보딕’이 색스가 연구한 뇌염후파킨슨증과 증세가 비슷하니 한번 와서 환자들을 살펴봐달라는 것이다. 리티코-보딕은 신경마비 증세를 보이는 ‘리티코’와 파킨증병이나 치매와 유사한 ‘보딕’의 합성어로, 지난 40여 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규명하려 했으나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불치병이다. 올리버 색스는 괌을 방문해 존 스틸과 함께 여러 환자들의 상태를 살펴보면서 이 병의 수수께끼를 파고든다. 

이것은 어떤 유전자 이상 때문일까, 아니면 환경적 요인, 괌의 차모로족이 즐겨 먹는 소철 씨의 독소 때문일까? 원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중증 환자들의 고통스런 모습을 연민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올리버 색스는 눈물짓는다.




목차

머리말 - 어느 자연주의자의 우연한 여행

1부 색맹의 섬
- 섬 돌이
섬에 매혹되다
색깔 없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
장님의 골짜기, 귀머거리의 섬
색맹의 섬을 향하여
크누트, 색맹의 동행자
독가스 가득한 해골섬
마주로에서의 짧은 휴식
콰잘레인에서 감금당하다
자연주의자의 낙원, 폰페이
- 핀지랩
아이들의 섬
산호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마스쿤의 유래
핀지랩에서의 첫날밤
‘한쪽 눈’을 선물한 크누트
돌아온 고향에서 외톨이 되다
색맹 여인이 짠 아름다운 무늬
색맹검사 소동
스팸에 중독된 사람들
토란밭에서 만난 노인
이틀 만에 만들어진 신화
마지막 날의 밤낚시
- 폰페이
폰페이를 발견한 남자
난마돌 유적을 찾아서
만드, 섬 안의 섬
색맹 아이들의 공부법
삼남매가 걸어간 서로 다른 길
소년의 작별인사
토박이 의사들에게 강연하다
폰페이, 어느 식민지의 역사
식물학자가 된 선교사
토종 식물 탐험
사카우에 취하다
폰페이에서의 마지막 밤
사이버 공간으로 간 색맹의 섬

2부 소철 섬
- 괌
괌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소철 섬에 도착하다
고갱을 닮은 신경학자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병
천천히 타는 도화선
파킨슨병 걸린 리어왕
악마의 코코넛
후안의 떨리는 손
알마와 함께한 바다 속 탐험
괌, 그 슬픈 기억들
서양 의사는 믿을 수 없어!
환자를 품는 차모로 가족들
로케 이야기
점령당한 낙원 수메이
기계장치의 삶 앞에서
세상이 층계로 이루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 질병의 공통점
무너진 소철 가설
일본 식당에서의 생선독 강의
괌에는 새가 없다
괌의 국가대표 고사리
헤수스의 공놀이
그리고 증상은 아주 뒤늦게 찾아온다
가이두섹의 쾌거
스펜서, 새로운 독소를 발견하다
또 다른 가능성 - 유전자 가설
40년 동안의 숨바꼭질
기억하지 못할 테니 만나면 또 반가울 겁니다
우마탁의 묘비 사이를 거닐며
- 로타
고대 식물과의 첫 만남
쥐라기 수풀 속으로
뭍으로 올라온 최초의 식물
야자열매를 따먹는 게
방울열매가 뜨거운 이유
소철의 신기한 번식 방법
5억 년을 살아남은 생명력
단단한 소철 씨의 비밀
더 다양하게, 더 복잡하게
원시림은 숭고하다
아득한 시간을 거슬러 지구의 벗이 되다
소철 씨, 바다를 건너다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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