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점등인의 별/읽고 ▤

슬픈 열대 - 레비 스트로스

by 마루몽. 2011. 11. 7.

Tristes tropiques

  - Claude Lévi-Strauss


이 여름, 나는 꿈속을 걷듯 열대를 여행했다. 므바야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카두베오족, 투피 카와이브족... 등 [슬픈열대] 속 낯익은 집단들의, 그러나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느릿느릿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기웃거리는 호기심으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속한 사회와 그 구성원으로서의 편견을 버리고 거울로 비추듯 있는 그대로의 그 작은 사회 -이미 사회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던- 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물론 '진심으로' 라는 표현에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한 민족학자의 눈으로 본 열대일 것이고,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 또한 지나치게 단편적일 수밖에는 없었을테니까.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내 마음의 문이란 문은 죄다 열고 문명과 단절된 그곳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레비 스트로스의 발자취를 따라 더듬어갔지만 차츰 숲에 익숙한 한마리 짐승처럼 걷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장면에서도 놀라지 않았다(놀라기는 커녕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로 자신의 손에 총을 쏘게 된 한 젊은 고용인의 이야기에서였다. '....다행히도 그는 약물에 대한 습관성이 전혀 없어서 약효는 십분 발휘되었다. 다음날 오후 우리가 숙소에 도착하고보니 그의 손은 구더기가 득실대고 있었는데, 그것이 그의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사흘 후 그가 의사의 손으로 넘겨졌을 때는, 살이 부패해가는 동안 구더기가 그것을 먹었기 때문에 상처는 회저를 면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구더기들 덕분에 그 일꾼은 손을 절단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의 여정이 열대를 벗어나 동 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과 인도로 향할 때에도 한동안 열대에서 머뭇거렸다. 사라져가는 인류의 유년기에 대한 그의 회고는 나를 조금은 슬프게 조금은 행복하게 그리고 많이 안타깝게 했다.   
슬픈 열대란, 문명과는 동떨어진 열대 속에서 비참하게 생활하고 있는 이들 원주민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서구 문명의 이기로 인해 차원이 다른 그들 문명의 본질이 파괴되고 자멸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문명이라는 것이 그렇듯 각기 다른 공동체 속에서, 해석할 수 없는 생활방식을 영위한다 하여도 결국 인간 내면의 본질은 같은 맥락에서 진화와 퇴화를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수메르의 점토판에 새겨진 서사시가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공통의 정서일 수도 있다면 과장일까?


레비 스트로스는 말한다.

'우리는 인간사회에 열려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 가운데서 어떤 선택을 각 사회는 할 수 있으되, 그와 같은 선택은 상호간에 비교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서로 동등한 가치를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