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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가 마당냥이 되다

by 마루몽. 2014. 3. 21.

 

 

 

도도

 

 

이 녀석 도도를 알고 지낸지 3달...

마음은 주지 말자, 밥도 주고 집도 주지만, 거기까지만, 하면서

줄곧 무심한 척 하루하루를 보냈다.

사람의 손길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들고양이라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고

오페라가 떠난 직후였기 때문에 다른 녀석에게 쉽게 정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날 오페라가 입도 대지 않았던 죽이 반 이상 없어진 걸 보고도 선뜻 캣맘으로 나설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호 밥을 줄 때 쯤 되면 어디에선가 나타나 얼굴을 내미는 녀석을 모른 체 할 수 없어 저녁마다 연어껍질을 옥외 테이블 위에 놓아주었더니 언제부터인가 아침마다 테이블 위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해서 충실한 마당냥이 집사가 되었다. 

울이 걱정되어 보금자리도 (몇개씩이나ㅠ)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 녀석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나흘이나 계속되었을 땐 정말 상심이 컸다. 고양이는 원래 그런 건데 길고양이임에야.. 하며 체념을 했는데 나흘째 되는 날, 그러니까 내가 마당에서 튤립 구근들을 심던 날에 조심성도 없이 낙엽을 바스락 밟으며 마당으로 뛰어들어와 날 보며 야옹 야옹 하는 게 아닌가. 

틀림없이 반갑다는 인사였다. 

아!!!! 눈물이 날 만큼 기뻐서 얼른, 돌아오신 나그네에게 음식을 접대했다. 

그 후, 밖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집 주위를 맴돌 뿐 그렇게 멀리까지는 가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거리감은 상당히 느끼지만 녀석은 나름대로 마음의 문을 연 것 같다.


그렇게 

마당냥이가 된 도도.

도도야~ 부르면 내 목소리에서 따뜻한 우유 냄새라도 나는 듯 눈을 빛내며 식탁 앞에 앉는 녀석. 

녀석의 몸짓에 목소리에 눈빛에 참 행복하지만 때때로 걱정도 된다.

사람의 앞날은 알 수 없는 거니까...

혹시 어디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될 때 녀석은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

 

 

 

 

그래서인지 올리브가 요즘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한다.

도도에게 더 맛있는 걸 준다는 걸 알았는지 (늘 신중하게 캣푸드는 몰래 따로 주곤 했는데)

예전보다 먹을 걸 좀 밝힌다. 영역 표시 때문인지 물도 평소의 2~3배는 많이 마신다. 

그래도 착한 올리브, 도도를 보고도 무시하는 정도로 마당냥이의 존재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예전에 참 좋아했는데, 도도 덕분에 오랜만에 들어보는 시인과 촌장의 고양이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빛나는 두눈이며 새하얗게 세운 수염도

그대는 정말 보드랍군 고양이

창틀위를 오르내릴때도 아무런 소릴 내지않고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부끄럽진 않을테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그 보드라운 발 아픔없는 꼬리 너무너무 좋을테지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고양이

 

높은 곳에서 춤춰도 어지럽지 않은

그 아픔없는 눈 슬픔없는 꼬리 너무너무 좋을테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그 도드라운 발 슬픔없은 두눈 너무너무 좋을테지

우- 우- 우- 우-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높은 곳에서 춤춰도 어지럽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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