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신비로운 꿈을 꾸었는데 ..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까.
그 사람,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오래전 일본에서 살 때만해도 일요일마다 아침 7시 30분 예배에 참석하곤 했다. 모두 합해야 7~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그 시간을 열어 둔 목사님의 배려가 새삼 따뜻하게 느껴진다. 인연은 소중히 여기지만 인위적인 사교활동은 좋아하지 않아 될 수 있으면 교회 사람들과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그 이른 시간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바쁘다거나 나처럼 비사교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예배 후 입구에서 일일이 악수를 청하시는 목사님 외에는 서로에게 인사조차 나눌 필요가 없었다. 물론 눈이 마주친다든지 하면 가벼운 인사 정도는 한다.
그 당시 20대 초반의 한 남자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매주 같은 시간에 참석을 했었다. 약간 통통했고, 작았고, 대체로 앞쪽에 앉았는데 예배시간에 꽤 잘 졸았다는 것과 예배 후 목사님께조차 인사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이었다는 것 외엔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의 어머니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교회에 다니고 있는가보다 추측만 할 뿐. 그런데 어느날은 그와 그의 어머니가, 처음 보는 친구 한명과 같이 바로 뒷줄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예배시간 내내 친구에게 ‘眠くない? (졸리지 않아?)’ 하고 끊임없이 속삭여대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가 가벼운 자폐증 정도를 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어느 날이었다.
예배 후에 그가 바쁜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느리게 입구를 향해 나가다가 그를 보고 인사를 하시는 목사님을 그대로 지나친 채(약간 몸을 부딪치기까지 했다), 내가 앉은 자리에 와서는 ‘ おはようございます 안녕하세요 ’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얼떨결에 인사를 받긴 했지만, 어쨌든 나도 제대로 인사를 해주었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하며 그 날은 웃고 넘어갔는데 바로 다음 일요일, 광고시간에 목사님이 그 사람은 고질병인 심장병으로 지난 월요일에 사망했고 장례식도 잘 치렀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건강해보였는데, 인사를 나눈 다음날 떠났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어찌나 이상하던지......
그런 일이 있고 십 몇 년 만에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허공을 향해 노크를 하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돌아서서 (얼굴은 계속 이쪽을 향한 채) 점점 작아지며 안개 속으로 사라졌는데 그 안개가 너무나도 신비로웠다.
자욱한 안개 속에 아주 낮은 촉수의 전구가 몇 개 켜져 있는 것처럼 군데군데 부드럽게 주황색으로 빛나는 것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려하자 안개가 옅어지면서 주황색으로 빛나는 것이 모두 켜켜이 꽃잎을 가진 꽃이라는 게 밝게 드러났고, 그 향기는 또 얼마나 강하던지!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불 켜진 꽃들과 그 향기의 잔상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남아 무척 기묘하고 신비로웠다.
.... 그 사람이 진짜 천국으로 떠나려고 인사를 하러 왔나? 그럼 그 동안은 어디에 있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며칠 전 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읽어서 그런 꿈을 꾸었을까?
그래도...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런 꿈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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