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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등인의 별/읽고 ▤

모래군(郡)의 열두 달 A Sand County Almanac : 알도 레오폴드

by 마루몽. 2011. 11. 7.
모래군(郡)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 저곳의 스케치
A Sand County Almanac and Sketches Here and There
                                                             BY ALDO LEOPOLD 


 


알도 레오폴드는 1887년에 태어나 1948년에 사망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의 생애의 마지막 10년 동안에 씌여진 책이라고 한다. 출생시기와 지역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레오폴드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쓴 이 야생의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이야기들은 아주 어린 시절 한때 '야생의 아이'였던 내게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회상이라는 것이 주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리움의 흔적이 때 묻지 않은 야생을 더욱 아름답게 간직하도록 했을 것이다.
산과 산 사이의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며 산과 계곡물과 하늘의 절묘한 구도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던 바로 그 길 위로 높은 고속도로가 하늘을 반조각 내며 뻗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의 그 심정은, 레오폴드가 서문에서 이야기한 한 부분과 일치한다.


야생 세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이 수필집은 그렇지 못한 어떤 사람의 환희와 딜레마를 담은 것이다. 
야생 세계는 진보로 인한 파괴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바람과 일몰이 그런 것처럼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을 위해 자연의, 야생의 그리고 자유로운 것들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하는 의문에 부닥쳐 있다. 우리 소수파 사람들에게는 텔레비전보다 기러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고귀하며, 할미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소중한 권리이다. 

...
우리 소수파 사람들은 진보에 수확체감 법칙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반대파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서문 중에서)



많은 환경학자들이나 식물학자들이 이 책을 고전처럼 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 '소수파' 들은 손상되지 않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맛보는 일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통해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좀 더 편하게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괴하고 상처를 주면서까지 얻는 실용성이 인류의 문화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지 만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콘크리트 쓰레기들은 헐고 다시 건축하고 없애고 바꾸면 되지만 한번 삭막해진 풍경은 더 이상 우리에게 그 따사로운 메시지를 전해주지 못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자연이 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상실이다.
레오폴드는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니며 오히려 토양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의 본능을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저 먼 위스콘신의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나에게 속삭여준다.

책에 서술된 짧은 이야기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디세이 부분이-거기에서 찾아낸 레오폴드의 오류까지도 포함해서-특히 마음에 든다. 원자 X의 영원에 가까운 긴 여행 이야기는 나의 일부가 되어 호흡이 되어 생명이 되어 내 몸을 순환한다.



굴참나무 뿌리가 파고들어 바위틈을 벌리고 물을 빨아올리기 시작하자 영면(永眠)은 깨졌다. 1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바위는 부서졌고, X는 생명세계로 끌어올려졌다. X는 꽃이 피는 것을 도왔고, 꽃은 도토리가 되었으며, 도토리는 다시 사슴을 살찌웠고, 사슴은 인디언에게 잡아먹혔다. 이 모든 것이 단지 한 해 동안에 일어났다.

인디언의 뼈에 묻힌 X는 다시 추적과 도망, 진수성찬과 굶주림, 희망과 공포를 함께 했다. X는 이런 일들을 모든 원자에서 쉼 없이 일어나는 작은 화학적 밀고 당김의 변화로써 감지했다. 인디언이 초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자 X는 땅 속에서 잠시 하는 일 없이 지냈는데, 단지 땅의 혈류(血流)를 통해 두 번째 여행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오디세이 중에서 (p.137)


( * 오류 : 도토리의 한 종류인 굴참나무의 열매는 2년에 걸쳐 익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