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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등인의 별/읽고 ▤

공간이동 Teleportation 데이비드 달링

by 마루몽. 2011. 8. 5.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 TELEPORTATION The Impossible Leap



이 책의 원서는 2005년에 출판되었는데, 안톤 차일링거의 '아인슈타인의 베일-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2004)'와 매우 닮았다. 다른 점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 : TELEPORTATION The Impossible Leap) 과학 관련도서를 집필해온 작가답게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문체로 양자역학의 세계를 설명하며 노골적으로 공간이동의 가능성을 열어두려 한다는 것이고, 아인슈타인의 베일은 실험물리학자답게 실험의 경위와 결과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려 애씀에도 불구하고 문체가 거칠고(독일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조금 딱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공간이동도 언급하지만 과학자의 입장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 정말 그 차이만 빼면 남매처럼 닮은 부분이 많다. 양자의 세계를 글로 서술하려면 꼭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베일은 나중에 다시 포스팅하기로하자.) 

 

양자역학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광자이다. 

17세기에는 빛의 근원을 설명하는 이론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아이작 뉴턴 Isaac Newton의 입자설로서, 그는 빛을 이루고 있는 입자를 '미립자corpuscles (작은 몸)' 라고 불렀다. 그리고 뉴턴과 동시대에 살았던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는 빛이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태양과 같이 멀리 있는 광원으로부터 방출된 빛이 건물이나 벽의 모서리처럼 끝 선이 분명한 곳을 지나면, 외곽선이 뚜렷한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만일 빛이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회절이 일어나거나 넓게 퍼지기 때문에 그림자의 외곽선이 희미해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의 그림자는 뚜렷한 외곽선을 갖고 있는데다가, 당시 뉴턴의 명성이 워낙 자자했으므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빛의 입자설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19세기 초반 토머스 영 Thomas Young의 이중슬릿실험에 의해 빛의 파동설이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게 된다. 

영은 학교를 졸업한 1790년대 초반에 뉴턴의 연구를 이어받아 안구의 색상인식원리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가 창시했던 생리광학은 빛의 특성을 연구하는 시발점이었으며, 본격적인 연구는 1801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론적인 토대는 1790년대 중반에 연구했던 음파의 전달 원리에서 차용한 것이었다. 영은 빛의 본질이 음파와 같은 파동이라고 생각했고 1802년에 자신의 파동설을 입증하는 그 유명한 실험장치를 고안하였다. 

가늘고 기다란 구멍(슬릿, Slit) 두 개가 나 있는 가림판을 어두운 방 안에 설치해 놓고 그곳을 향해 빛을 쪼인다. 가림판 너머 저쪽에는 빛의 도달 여부를 알 수 있는 흰색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만일 빛이 입자라면 스크린에는 '두 개의' 가느다란 줄무늬가 나타날 것이다. 가림판의 슬릿을 (직선으로) 통과한 입자들만이 스크린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빛이 물결과 같은 파동이라면 슬릿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원형파가 생길 것이고, 이들이 규칙적으로 간섭을 일으켜서 스크린에는 기다란 줄무늬가 여러 개 나타날 것이다. 영은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여러 개의 줄무늬가 스크린에 맺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가 고안한 이중슬릿 실험은 빛이 파동임을 확실하게 보여 준 셈이다.

그러나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빛이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 파동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가? 빛이 진행할 때, 대체 '무엇'이 파동을 친다는 말인가?

1860년대에 이르러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자신이 유도한 방정식을 이용하여 전자기파의 진행 속도를 계산하였고, 그 결과는 초당 약 300,0000km였다. 그런데 이 값은 19세기 중반에 다양한 실험을 거쳐 거의 정확하게 확립된 빛의 속도와 일치했다! 1867년, 드디어 맥스웰은 "빛은 전자기파이다."라는 세기적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위대한 발견은 가시광선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맥스웰 방정식은 전자기파(빛)가 아주 긴 파장에서 극히 짧은 파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1900년 막스 플랑크는 흑체*복사의 파장에 따른 세기분포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복사공식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흑체:완벽한 흡수체인 동시에 완벽한 방출체. 온도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흑체는 자신이 흡수한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하는데, 이 에너지가 가시광선의 형태로 방출되면 흑체는 더 이상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색, 주황색, 심지어는 흰색을 띠기도 한다.) 

그는 에너지가 ‘유한한 개수의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과 함께 에너지 양자가 진동수에 비례한다는 ε=hν라는 새로운양자 가설을 얻어내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h는 6.6×10-27erg·sec

  단위별 플랑크 상수 : h=6.62606896×10−34 J·s

                               h=4.13566733×10−15 eV·s

                               h=6.62606896×10−27 erg·s

플랑크가 발견한 에너지는 더 이상 분할될 수 없는 최소단위(알갱이), 다시 말해서 ‘비트(bit)'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그는 원자의 존재를 여전히 믿지 않았다!) 이렇게 탄생한 에너지의 최소단위에는 양자(quantum)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플랑크의 주장을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플랑크조차도 불연속적인 에너지 양자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보다 새로운 상수를 도입한 복사공식이 어째서 실험 결과와 잘 일치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은 플랑크가 제안한 에너지 양자 개념을 이용하여 광전효과라는 이상한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함으로써, 현대물리학을 양자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불확정성의 원리를 포함한 양자역학의 속성-자연의 궁극적 진리가 우연과 확률에 의해 결정된다는-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는 양자역학을 부정하는 자신의 관점을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192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빛의 입자설은 거의 보편화되었다. 광전효과와 콤프턴 효과 등, 그때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보면 빛은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 마치 작은 에너지 알갱이(광자)로 이루어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에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영의 이중슬릿 실험은 빛이 파동임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만약 빛의 강도를 줄이고 줄여 매 초당 광자 하나만 방출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존의 실험과 새로 등장한 양자이론에 모두 부합되려면, 매 순간마다 한 지점에 간섭무늬가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이 무늬는 '임의의 한 순간에 하난의 광자만이 실험장비를 통과한 경우에도 똑같이 나타나야 한다. 스크린에는 하나의 광자가 만든 점이 하나씩 찍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적으로 어둡고 밝은 연속 줄무늬(간섭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매 순간 하나의 광자가 방출되는 이중슬릿 실험에서, 광자는 처음 출발할 때와 스크린에 도달할 때 분명하게 입자적 성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슬릿을 통과할 때에는 마치 파동처럼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나타날 수 없다. 이 이상한 현상을 관찰하려고 하면 더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둘 중 하나의 슬릿에 광자감시용 보초를 세워 두면 광자가 어느 쪽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 수는 있다. 그러나 실험자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한 대가로 다른 정보를 잃게 된다. 스크린에서 간섭무늬가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광자가 어느 쪽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광자가 슬릿을 통과하는 순간에 입자의 신분이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관찰된 광자는 갑자기 파동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조그만 총알처럼 직선 경로를 따라 움직여 스크린엔 간섭무늬가 사라지고 균일한 회색이 된다.

...

서론이 길어졌지만 파동-입자 이중성은 광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이 책에서 다루고자하는 공간이동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조금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서로 다른 관점에서 도출된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함수는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같은 이론이라는 것, 보어의 상보성원리, 그리고 양자컴퓨터로 넘어간다. 

비트에서 큐비트로, 그 유명한 앨리스와 밥의 암호 이야기로. 

그리고 양자도약과 광자 전송, 스캔, 공간이동 순으로 설명이 되어있다. 

 * 

※  개인적인 생각.

양자컴퓨터는 분명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설계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언젠가는 무생물들의 3차원적 공간이동(내지는 복제)도 이루어질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있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물체에 대한 공간이동에 대해서는 좀 부정적이다. 완벽한 복사본, 그것에는 클론과는 전혀 다른 윤리적 문제가 따를 뿐만 아니라, 누가 원본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차치하고, DNA를 해체했다가 재조립한다고해서 그것이 같은 생명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딘가에서 반드시 정보가 누락될 것이다. 게다가 원본인 내가 파괴되고 다른 장소에서 똑같은 복사본이(그래서 원본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내 행세를 한다고해서 그것이 나일까? 만약 그런 날이 온다고 해도 나는 절대 공간이동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 뭐, 그런 날이 온다면 다른 것들을 공간이동시켜 즐기면 될 것이다. 한밤중에 스페인 요리가 먹고 싶다면 스페인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 요리를 공간이동시키면 되겠지. 진짜 빠예야가 먹고 싶다...ㅎ 

 

목차

감사의 글
서문  
들어가는 글: 공간이동의 기원

1 빛의 역사
2 물질계에 존재하는 유령
3 신비한 연결 고리
4 데이터버스
5 비밀통신
6 몬트리올의 기적
7 작은 발걸음 그리고 양자도약
8 전지전능한 컴퓨터
9 원자, 분자 미생물
10 억지로 갖다 붙인 것과 원대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