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Search for Earth's Twin
책의 초반부는 도플러 효과와 빛의 스펙트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 후 망원경의 비약적인 발전과 맞물려 유사 지구(쌍둥이 지구)를 탐색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후반부엔 태양계 자체가 희귀한 항성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쌍둥이 지구가 아닌, 외행성으로 범위를 넓혀 탐색을 한다.
외행성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그렇게 멀리에 있는 행성의 환경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의 유무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신기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
행성을 찾는 일은 ‘도플러 효과’에 기반을 둔다.
파동을 방출하는 물체가 움직이면 빛의 파장이 변한다.
광원이 관찰자 쪽으로 움직이느냐 관찰자로부터 멀어지느냐에 따라 파장은 압축되거나 팽창된다.
(※ 따라서 도플러 효과를 천체 관측에 이용하려면 별이 원래 어떤 파장에서 빛을 방출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후 19세기에 프리즘을 통과한 빛의 스팩트럼이 실마리를 준다.
아이작 뉴턴은 이미 프리즘으로 햇빛 한줄기를 통과시켜 7가지 무지개 색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설명했는데 (이때 뉴턴은 처음 이 색깔 패턴을 spectrum이라고 불렀다),
이후 울러스턴(William Hyde Wollaston)이 플린트 유리 (Flint glass 투명도가 높은 굴절성 광학렌즈)로 제작한 프리즘으로 빛의 스펙트럼이 빨강, 황록, 파랑, 보라, 4 가지로 나뉘며, 그 색들 사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검은 수직선을 관측한다.
그러다 유리공장의 유독한 환경에서 일하던 프라운호퍼는 다양한 종류의 유리 제조법을 개발하고.
유리의 핵심 성질은 분산능(dispersice power. 빛의 색깔을 넓게 분산시키는 정도)인데, 프라운호퍼는 유리 샘플의 분산능을 측정하기 위해 분광기를 발명한다.
그때 태양을 광원으로 쓰면서 울러스턴이 발견한 흑선들을 다시 발견한다.
분광기를 개량해 확대율을 늘려보니 태양의 스펙트럼에 흑선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흑선은 처음 울러스턴이 발견했지만 프라운호퍼선이라 부른다.)
여러가지 성분의 불꽃 테스트에서 나온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는 실험을 통해 각각의 원소가 탈 때 연속적인 무지개색이 아닌 고유한 패턴의 색깔선을 방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불꽃의 프리즘 스펙트럼을 흘끗 보기만 해도 거기에 어떤 물질이 함유돼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패턴들은 지문만큼이나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흑선들은 언제 특정 원소들이 빛을 흡수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을 발견한다.
밝은 선들은 그 빛이 언제 방출되는지 보여주는 지표였던 것.
그래서 흑선(흡수선)이 나타날 때, 흡수 스펙트럼이라 부른다.
흡수선이건 방출선이건 각 원소들은 고유한 분광선을 갖고 있었다.
이 선들은 실제로 일종의 화학적 지문이었고, 이는 천문학자들이 별들의 빛만 연구하면 멀리 떨어진 천체의 구성 성분을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분광선은 별빛에 도플러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제공.
분광선은 특정 파장에서만 발생하는 고정된 기준점 노릇을 하기 때문.
별들이 지구 쪽으로 다가오거나 지구에서 멀어질 때 이 선들 또한 그 파장에 맞춰 이동.
- 우선 별들의 화학 분석을 시행하고
- 그다음 분광기를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 별들의 도플러 효과를 측정.
분광선에 관한 인류의 지식이 또 한 번 도약한 때는 19세기 중반 하이델베르크에서였다.
※ 여기에서 나란 독자는 불확정성의 원리의 [하이젠베르크]를 생각하며 읽다가 온통 로베르트 분젠과 키르히호프 이야기뿐이라 이상하다(?) 하며 다시 읽었다. (네. 하이델베르크는 지명이고요 하이젠베르크는 20세기 초 과학자입니다 ;ㅅ;)
분젠과 키르히호프는 물질에서 나오는 빛을 프리즘으로 분석해 원소의 성분을 알아낼 수 있는 스펙트럼 분석법을 발견한다.
★
이후 망원경의 발전과 함께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인 마시와 동료 과학자들의 활약과 좌절, 유럽에서의 연구 등이 비교 교차되며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자칫 한 번의 오류만으로도 프로젝트 자체가 폐기될 수 있는 극한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발휘해 시행착오를 딛고 조금씩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별과 외행성의 관측은 주로 공전을 바탕으로 한 도플러 효과가 기반이 되는데, 정확한 관측을 하려면 최소한 세 번의 관찰이 필요하다. 물론 공전 주기가 며칠인 행성도 있긴 하지만 몇 년인 것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후속 탐사도 해야 한다. 즉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
우주망원경의 성능은 점차 비약적 발전을 이루지만, 순수한 외행성 연구에는 수반되는 부담이 너무 컸다.
천문학적 연구비, 정치적 줄다리기, 결과를 내기위해 필요한 길고 긴 시간 등.
게다가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항성계는 보편적으로 태양계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졌을 거라는 가설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것. 태양은 G형 항성 중에서도 매우 조용한 편이고, 태양계 자체가 희귀 항성계에 속했던 것이다.
연구는 다시 G형 항성에서 적색왜성까지 확장해 쌍둥이 지구가 아닌, 지구의 '사촌'을 찾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결국 천문학적 비용에 비해 미미한 결과 때문에 외행성 탐색 프로젝트는 폐기될 운명에 이르지만, 초소형 탐사위성인 큐브셋(10cm큐브)에서 영감을 얻은 새러 시거는 특정한 별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초소형 외행성 탐사위성을 고안해 (엑소플라닛셋/ExoplanetSat) 현실적인 접근으로 비용 부담을 덜게 되고...
그렇게 불확실함 속에서 몇 번의 고비를 넘긴 외행성 탐사는 이제 준비운동을 제대로 마쳤습니다...
라는 이야기.
마지막 챕터의 제목이 [서막의 끝]인 것처럼,
이제 진짜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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