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작가 구병모.
제목만 보고 골랐다.
조금은 어둡고 위험한 설정들을 유쾌하고 기발하게 풀어낸 빵집일 거라 생각했는데
청소년 책으로 추천하기엔 끔찍하리만치 폭력적이다.
책은 여러가지 악몽을 보여준다.
말도 안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가게 된 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마법의 빵을 주문하는 사람들이나 마법사 점장이 견디는 이해할 수 없는 (진짜) 악몽의 시간들. 그 중에서도 소아 성폭행을 둘러싼 불편한 인식과, 그것을 강조하기 위한 불필요한 묘사들이 가장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배선생의 딸 무희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은 거의 무시된다. 왜냐면 그 사건은 주인공 소년(나)의 은신을 위한 소모성 장치로 사용되었을 뿐이니까.
마법 빵집엔 치유도 힐링도 선善도 징악懲惡도 부재한다.
곤란에 처한 주인공에게 은신처가 되어준 상징적 장소. 딱 거기까지.
선善은 그렇다쳐도 위저드 베이커리 주제에 힐링도 징악도 없다니.
그래서 점수를 하나도 줄 수가 없다.
결말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두 가지 가능성이 보여준 두 가지 현재의 모습.
모든 기억을 잃고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어느 날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는 것과
위저드 베이커리와 마법사 점장, 파랑새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현재를 살아내고 마침내 극복하는 것.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을까.
책은 후자에 더 힘을 주고 있다.
어쨌든, 새로 시작해도 쓰레기는 쓰레기 짓을 하다 철창 신세를 지게 되니
(무희가 나쁜 일을 당하지 않았다 해도 다른 아이가 희생되었다는 뜻),
되돌린 시간 속 '나'도 어느 날 마법사 점장과 파랑새를 다시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유진과 유진].
책의 장르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유진과 유진]엔 따스하고 깊은 배려가 있었다.
우정도 좋았고 극복해가는 과정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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