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불청객 편두통 씨가 찾아와
명성에 맞게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다 이제 떠나는 중이다.
뒤끝이 어찌나 긴지 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봐
뒤통수와 뒷목, 등허리엔 편두통 씨의 둔탁한 시선이 아직 남아있다.
어쨌든.
그는 떠났고 이 후유증은 자연스럽게 끝날 것을 알기에
지금은 한없이 행복하다.
아무래도 편두통 씨와는 모종의 계약을 맺은 게 아닌가 싶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도승이 도를 닦듯
이 청량감을 얻기 위해
편두통 씨에게 주기적으로 방을 빌려주고 있는 건 아닌지.
세상이 반짝인다.
아프기 전의 고민들도 무게를 덜어내고 가벼워진 것 같다.
뭐, 인생 다 그런 거지.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거면 됐지.
아프기 전에 요즘 핫한 어떤 분이 손님으로 온 꿈을 꾸어서 이거 설마 돼지꿈인가 싶어 로또를 샀는데
아프려는 꿈이었나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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